버리고 간 부모도 상속을 받아 갔다 — ‘상속권 상실 선고’ 시행, 그런데 청구 기한이 9월 17일까지인 사람이 있다
버리고 간 부모도 상속을 받아 갔다 — ‘상속권 상실 선고’ 시행, 그런데 청구 기한이 9월 17일까지인 사람이 있다
- 민법에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 선고)가 신설돼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람의 상속권을 가정법원이 박탈할 수 있습니다.
- 길은 두 갈래입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의사를 남기거나, 유언이 없으면 공동상속인이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청구합니다.
-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해 상속권을 잃습니다. 다만 확정 전에 제3자가 취득한 권리는 보호됩니다.
- 소급 적용됩니다.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이면 시행 전 행위에 대해서도 적용됩니다.
- 기한 주의 — 2024년 4월 25일 이후 2026년 3월 17일 전에 상속이 개시됐고 그 사유를 시행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공동상속인은, 2026년 9월 17일까지 청구해야 합니다.
어릴 때 자식을 두고 집을 나간 부모가 수십 년 뒤 자식이 사망하자 나타나 보험금과 재산을 상속받아 가는 일. 반대로 부모를 전혀 부양하지 않고 연락도 끊었던 자녀가 상속만은 똑같이 받아 가는 일. 오랫동안 “이게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답이었습니다. 그 답이 2026년부터 바뀌었습니다.
왜 종전 법으로는 막을 수 없었나
민법에는 원래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가 있었습니다. 다섯 가지 사유를 정하고 있는데,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고의로 직계존속·피상속인·그 배우자 또는 선순위·동순위 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 고의로 직계존속·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
- 사기·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유언 또는 유언 철회를 방해한 자
- 사기·강박으로 피상속인에게 유언을 하게 한 자
- 피상속인의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은닉한 자
보시다시피 살인·상해치사 아니면 유언에 관한 범죄뿐입니다. 수십 년간 자식을 버리고 부양의무를 저버린 것은 이 다섯 가지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부당하게 느껴져도 결격사유로는 상속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려고 신설된 것이 제1004조의2입니다.
무엇이 사유가 되나
제1004조의2가 정한 사유는 두 가지입니다. 다만 누가 청구하느냐에 따라 범위가 조금 다릅니다.
①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언으로 표시하는 경우(제1항)
-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② 유언이 없어 공동상속인이 청구하는 경우(제3항)
-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 제외)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차이가 보이시나요. 피상속인이 직접 유언으로 남길 때는 범위가 더 넓어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행위까지 포함됩니다. 반면 사후에 공동상속인이 청구할 때는 피상속인 본인에 대한 행위로 좁혀집니다. 생전에 본인이 판단해 남긴 의사에 더 넓은 효력을 주는 구조입니다.
어떻게 청구하나 — 두 가지 길
첫째, 피상속인이 생전에 남기는 길(제1항·제2항)
피상속인은 민법 제1068조에 따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자필증서나 녹음 유언이 아니라 공정증서 유언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공증인 앞에서 작성하는 방식으로 한정한 것은 그만큼 중대한 효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이 유언이 있으면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여야 합니다. 재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그리고 상속권 상실 대상이 될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되지 못합니다(제2항). 당사자가 자기 사건을 집행하는 모순을 막은 것입니다.
둘째, 유언이 없을 때 공동상속인이 청구하는 길(제3항·제4항)
유언이 없었던 경우, 공동상속인은 그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청구할 수 있는 공동상속인이 아예 없거나, 공동상속인 모두에게 같은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인이 될 사람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4항). 예컨대 다른 상속인이 없어 청구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후순위 상속인이 나설 수 있게 한 규정입니다.
법원이 자동으로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청구했다고 무조건 인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5항은 가정법원이 다음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구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 그 밖의 사정
“연락을 안 했다” 정도로는 부족하고, 부양의무 위반이 ‘중대’한 수준이었는지를 다투게 됩니다. 얼마나 오랜 기간이었는지,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었는지, 부양할 능력이 있었는지, 그 재산이 누구의 노력으로 형성됐는지 같은 사정이 자료로 들어갑니다. 결국 증거 싸움이 됩니다.
선고가 확정되면 어떻게 되나
제6항은 상속개시 후에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된 경우, 그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해 상속권을 상실한다고 정합니다.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취급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단서가 붙습니다. 선고 확정 전에 제3자가 취득한 권리는 해치지 못합니다. 그 사이에 상속재산을 사들인 사람이 있다면 그 거래까지 뒤집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 몫은 어디로 갈까요. 제1001조(대습상속)가 개정돼, 제1004조의2에 따라 상속인이 되지 못한 경우에도 그 직계비속이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됩니다. 즉 상속권을 잃은 사람에게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가 대신 상속받습니다. 상속권 상실은 그 사람 개인에 대한 제재이지 그 가계 전체를 배제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편 청구가 진행되는 동안 상속재산이 처분돼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7항은 가정법원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따라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거나 상속재산의 보존·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언제부터 적용되나 — 그리고 놓치면 안 되는 기한
제1004조의2는 2024년 9월 20일 공포됐고, 부칙에 따라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그 뒤 2026년 3월 17일 개정으로 유언 방식과 사유 범위가 손질돼 현재의 모습이 됐습니다.
적용 범위가 넓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부칙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로서 시행 전에 해당 행위가 있었던 경우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즉 시행일 이전의 과거 행위라도, 상속이 2024년 4월 25일 이후에 개시됐다면 대상이 됩니다.
원칙은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입니다. 그런데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면 법 시행 시점에 기간이 지나버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부칙에 특례를 두었습니다.
2024년 4월 25일 이후 2026년 3월 17일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로서, 그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것을 시행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공동상속인은,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4항에 따라 상속인이 될 사람도 같습니다.
따라서 그 마감은 2026년 9월 17일입니다. 해당된다면 남은 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함께 개정된 조문도 있습니다.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단서가 2026년 3월 17일 개정돼, 증여나 유증이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때에는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특별수익으로 공제하지 않도록 정리됐습니다. 부양한 사람은 더 인정하고, 저버린 사람은 배제하는 방향으로 상속법 전체가 함께 움직인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락을 안 하고 지낸 것만으로도 상속권을 뺏을 수 있나요?
그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법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중대한 범죄행위·심히 부당한 대우가 있었을 것을 요구하고, 가정법원이 사유의 경위와 정도, 피상속인과의 관계, 상속재산의 형성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용 여부를 정합니다(제1004조의2 제5항). 부양이 필요했던 상황과 기간, 부양 능력 등을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Q. 상속권을 잃은 사람의 자녀는 어떻게 되나요?
민법 제1001조에 따라 그 직계비속이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됩니다(대습상속). 상속권 상실은 그 사람 개인에 대한 것이지 자녀에게까지 미치지 않습니다.
Q. 유언으로 남기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하나요?
민법 제1068조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어야 합니다. 자필증서 유언으로는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이 유언이 있으면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해야 하며, 상실 대상이 될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될 수 없습니다.
Q. 이미 몇 년 전에 상속이 끝났는데 지금이라도 되나요?
상속 개시일이 2024년 4월 25일 이후여야 합니다. 그 이전에 개시된 상속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2024년 4월 25일 이후 2026년 3월 17일 전에 개시됐고 사유를 시행 전에 알고 있었다면 2026년 9월 17일까지 청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