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법률

중고거래 사기, 왜 계좌 지급정지가 안 될까 — 보이스피싱과 갈리는 한 줄

정리·발행 2026.08.22 읽기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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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사기, 왜 계좌 지급정지가 안 될까 — 보이스피싱과 갈리는 한 줄

핵심 요약
  • 은행에 전화해 “사기당했으니 계좌를 막아달라”고 해도 중고거래 물품 사기는 막을 수 없습니다. 법이 아예 제외하고 있습니다.
  •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 제2호 단서 — “다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
  • 물건을 판다고 속인 사기는 제외, 대출해 준다고 속인 사기는 포함입니다. 이 한 줄이 지급정지 여부를 가릅니다.
  • 중고거래 사기는 형법 제347조 사기죄로 처벌되지만, 형사 처벌과 돈을 돌려받는 것은 별개입니다.
  • 2026년 7월 21일부터 전자상거래법 제20조의4가 시행돼, 중개 플랫폼이 개인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확인하고 분쟁 시 제공할 의무를 집니다.

중고거래로 돈을 보냈는데 물건이 오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계좌를 묶어야 한다”입니다. 그런데 은행에 전화하면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은행이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법이 그렇게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1. 지급정지의 근거 법률과, 그 안의 단서 한 줄

계좌 지급정지는 아무 때나 되는 조치가 아닙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흔히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는 특별법에만 근거가 있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 제2호
“전기통신금융사기”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다음 각 목의 행위를 말한다. 다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

본문만 보면 중고거래 사기도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기망하여 자금을 취득한 행위”가 맞습니다. 그런데 단서가 이를 빼냅니다. 재화의 공급을 가장한 행위, 즉 물건을 팔겠다고 속이는 유형은 이 법의 “전기통신금융사기”가 아닙니다.

같은 법 제3조 제1항은 피해자가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을 “제2조제2호 가목 또는 나목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로 못 박고 있습니다. 애초에 제2조 제2호에서 빠져나갔으니, 신청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은행 창구에서 갈립니다. 보이스피싱·대출빙자 사기는 곧바로 지급정지가 되고 채권소멸절차를 거쳐 피해환급금까지 이어집니다. 반면 중고거래 물품 사기는 같은 은행, 같은 계좌라도 이 절차를 탈 수 없습니다.

2. 반대로, 지급정지가 되는 경우

같은 단서의 뒷부분이 중요합니다.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며 기존 대출 상환금을 보내게 한 경우 → 포함, 지급정지 가능
  •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며 작업비를 보내게 한 경우 → 대출 빙자에 해당하면 포함
  • 검찰·금감원을 사칭해 안전계좌로 이체하게 한 경우 → 가목·나목에 해당, 지급정지 가능
  • 중고 물품 판매를 가장해 입금받고 잠적 → 제외, 이 법으로는 불가

한 가지 덧붙이면, 사기범이 남의 계좌를 빌려 쓴 경우에는 그 계좌가 다른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이미 지급정지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고를 해두면 결과적으로 회수 가능성이 열리는 일도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내 사건 때문에 막힌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3.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실제 순서

① 증거부터 고정합니다
대화 내용 전체(삭제 전에 캡처), 판매 글, 계좌번호·예금주명, 이체 확인증, 상대 전화번호와 아이디. 상대가 대화방을 나가거나 글을 지우면 복구가 어렵습니다. 이것부터 하십시오.

② 경찰에 신고합니다
사이버 사기는 경찰서 방문 외에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으로 온라인 접수가 가능합니다. 접수증과 사건번호는 이후 절차에서 계속 쓰이니 보관하십시오.

③ 플랫폼에 판매자 정보를 요청합니다
2026년 7월 21일 시행된 전자상거래법 제20조의4에 따라, 중개 플랫폼은 개인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확인해 두어야 하고 분쟁 시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아래 4항).

④ 돈은 민사로 받습니다
형사 고소로 상대가 처벌받아도 내 돈이 자동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반환은 별도의 민사 절차입니다.

4. 2026년 7월 21일부터 달라진 것 — 플랫폼의 의무

그동안 개인 간 중고거래에서 가장 답답한 대목은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다”였습니다. 소송을 하려 해도 이름과 주소를 몰라 시작조차 못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부분을 겨냥한 조항이 새로 생겼습니다.

전자상거래법 제20조의4 (개인 간 거래에 관한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의무와 책임)
①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통신판매중개의뢰자가 사업자가 아닌 개인인 거래의 경우 그 개인 판매자의 전화번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원정보를 확인하여야 한다.
② 통신판매중개업자는 개인 판매자와 거래 상대방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의 요청이 있으면 확인한 신원정보와 거래내역을 제공하여 그 분쟁의 해결에 협조하여야 한다.
1. 소비자피해 분쟁조정기구 / 2. 법원(민사소송법 제294조에 따른 요청) / 3. 소비자(개인 판매자가 제공에 동의한 경우에 한정)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제3호를 보면 소비자 본인에게 바로 알려주는 것은 “판매자가 동의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사기를 친 사람이 동의해 줄 리 없으니, 실제로 작동하는 통로는 제1호(분쟁조정기구)와 제2호(법원)입니다. 즉 절차를 시작해야 정보가 나옵니다.

위반 시 제재도 함께 마련됐습니다. 같은 법 제45조 제4항 제6호의2부터 제6호의4까지는 신원정보 확인·제공 의무를 어긴 중개업자에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제32조 제1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5. 형사와 민사는 다른 문제입니다

가장 자주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고소가 접수되고 상대가 기소돼도, 그 절차 안에서 내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2025년 12월 23일 개정으로 2026년 9월 13일부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됩니다.

돈을 돌려받는 근거는 따로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와 민법 제741조(부당이득 반환)입니다. 실제로는 다음 두 절차를 많이 씁니다.

  • 지급명령(독촉절차) — 상대가 이의하지 않으면 확정되어 강제집행 근거가 됩니다. 비용이 적고 빠릅니다.
  • 소액사건심판 — 소액사건심판법은 그 기준 금액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으며, 해당하는 사건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됩니다.

다만 이 절차들도 상대의 인적사항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의 ③번, 플랫폼과 수사기관을 통해 신원을 확보하는 단계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합니다.

6. 애초에 막는 방법 — 안전결제(결제대금예치)

전자상거래법 제13조 제2항 제10호는 결제대금예치, 즉 물건을 받을 때까지 제3자가 대금을 보관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 생긴 제20조의4 제3항 제1호는 중개업자가 개인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 제도를 알리고 이용을 권고하도록 정합니다.

현실적인 조언은 단순합니다. 계좌이체로 먼저 보내지 마십시오. 플랫폼이 제공하는 안전결제를 쓰면, 위에 적은 모든 절차를 시작할 일 자체가 대부분 사라집니다. 판매자가 안전결제를 유독 꺼린다면 그 자체가 신호입니다.

거래 전 3분이면 되는 확인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로 사기 피해 신고 이력을 조회해 보는 것, 판매자에게 물건을 든 사진을 즉석에서 찍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매물은 일단 의심하는 것. 이 세 가지만으로 상당수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고거래 사기인데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없나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으로는 불가합니다. 같은 법 제2조 제2호 단서가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제외하고 있고, 지급정지 신청 대상을 정한 제3조 제1항도 그 정의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Q. 그러면 어떤 사기가 지급정지 대상인가요?

기관 사칭이나 메신저 피싱처럼 자금을 송금·이체하게 하는 유형이 대상이고,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같은 단서에서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반대로 물건 판매를 가장한 유형만 빠져 있습니다.

Q. 고소하면 돈을 돌려받나요?

아닙니다. 형사절차는 처벌을 위한 것이고, 반환은 민법 제750조·제741조에 근거한 별도의 민사절차입니다. 지급명령이나 소액사건심판을 따로 진행해야 합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상대의 인적사항이 확인되면 민사 진행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Q. 플랫폼이 판매자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나요?

2026년 7월 21일 시행된 전자상거래법 제20조의4 제2항에 제공 의무가 생겼지만, 소비자 본인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판매자가 동의한 경우로 한정됩니다. 실제로는 분쟁조정기구나 법원의 요청을 통해 나오는 구조이므로,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Q. 플랫폼이 협조하지 않으면요?

전자상거래법 제45조 제4항 제6호의2부터 제6호의4까지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며, 제32조 제1항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 대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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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제3조·제4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제20조의4·제32조·제45조, 형법 제347조, 민법 제741조·제750조(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령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대한법률구조공단(132)이나 변호사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