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폭행인데 합의하면 전과가 안 남나 — 폭행과 상해가 갈리는 지점
쌍방폭행인데 합의하면 전과가 안 남나 — 폭행과 상해가 갈리는 지점
-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형법 제260조 제3항).
- 그러나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이 아닙니다. 합의해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진단서 한 장이 사건의 성격을 바꿉니다.
- 특수폭행(위험한 물건 휴대 등)도 반의사불벌이 아닙니다(제261조).
- 폭행이 상해로 이어지면 폭행치상이 되어 상해죄의 예에 따릅니다(제262조).
- 서로 다툰 경우 누구의 행위로 다쳤는지 불분명해도 공동정범의 예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제263조 동시범 특례).
“서로 때렸으니 비겼다”, “합의하면 없던 일이 된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같은 몸싸움이라도 폭행으로 처리되느냐 상해로 처리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폭행죄 — 합의하면 처벌할 수 없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3항이 결정적입니다.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것이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순수한 폭행 사건은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해죄 — 합의해도 끝나지 않는다
형법 제257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법정형이 폭행죄와 비교가 되지 않게 무겁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상해죄에는 제260조 제3항 같은 반의사불벌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합의를 해도 수사가 자동으로 종료되지 않고, 검사가 기소할 수 있으며 재판도 진행됩니다. 물론 합의는 양형에서 매우 중요하게 참작되지만, “합의했으니 전과가 안 남는다”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의사불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폭행이라도 다음에 해당하면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 특수폭행(제261조) —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반의사불벌 규정이 없습니다. 술병·의자·차량 등도 상황에 따라 위험한 물건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폭행치상(제262조) — 폭행이나 특수폭행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제257조부터 제259조까지의 예에 따릅니다. 때릴 생각만 있었고 다치게 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상해가 발생하면 상해죄 수준으로 처리됩니다.
- 존속폭행(제260조 제2항) —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폭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이 경우도 제3항에 따라 반의사불벌이 적용됩니다.
“누가 다치게 했는지 모른다”도 빠져나갈 길이 아니다
여럿이 엉킨 다툼에서 흔히 나오는 주장이 “내가 때려서 다친 게 아니다”입니다. 그런데 형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
즉 여러 사람의 행위가 겹쳐 상해가 생겼는데 누구의 행위가 원인인지 밝혀지지 않으면, 각자가 공동정범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서로 짜고 한 것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툼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이유입니다.
“나는 맞기만 했다” — 정당방위는 될까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러나 서로 맞붙은 싸움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공격과 방어가 뒤섞여 어느 한쪽만 방어라고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싸움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상대는 벗어나려고 저항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을 정면으로 밝힌 대법원 판결을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아래 관련 글).
실무에서 갈리는 지점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었는가”입니다. 붙잡힌 팔을 뿌리치거나 밀쳐내고 자리를 벗어나는 정도는 방어로 평가될 여지가 있지만, 상대가 물러난 뒤에 쫓아가 때리면 그때부터는 별개의 폭행입니다.
현장에서 해야 할 것
- 먼저 그 자리를 벗어나세요. 반격이 길어질수록 방어가 아니라 새로운 공격으로 평가될 위험이 커집니다.
- 112에 신고하세요. 신고 기록 자체가 누가 먼저였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 CCTV와 목격자를 확보하세요. 매장·건물 CCTV는 보존 기간이 짧습니다. 경찰에 즉시 보존을 요청하세요.
- 다쳤다면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시간이 지나면 인과관계를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 합의는 순서를 지키세요. 처벌불원 의사를 먼저 밝히면 협상 수단을 잃습니다. 특히 상해 사건에서는 합의해도 절차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쌍방폭행이면 서로 합의하면 끝나나요?
순수한 폭행죄라면 그렇습니다. 형법 제260조 제3항이 반의사불벌을 정하고 있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한쪽이라도 상해진단서를 제출해 상해죄로 처리되면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Q. 진단서를 내면 무조건 상해가 되나요?
진단서가 있다고 자동으로 상해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가 생겼는지를 따집니다. 다만 실무상 진단서 제출은 사건 성격을 가르는 중요한 계기가 되므로, 다쳤다면 진료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맞고만 있었는데 저도 입건됐습니다. 왜인가요?
서로 유형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으면 일단 쌍방으로 입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조사에서 일방적 공격이었는지, 내 행위가 벗어나기 위한 저항에 그쳤는지를 다투게 됩니다. CCTV·신고 시각·목격자 진술이 결정적입니다.
Q. 술병을 들었으면 특수폭행인가요?
위험한 물건인지는 물건의 성질과 사용 방법, 상대가 느낀 위험성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술병·의자 같은 일상 물건도 사용 태양에 따라 위험한 물건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수폭행은 반의사불벌이 적용되지 않아 합의해도 절차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