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중에도 정당방위가 될까 — 대법원이 인정한 예외 (2009도12958)
싸움 중에도 정당방위가 될까 — 대법원이 인정한 예외 (2009도12958)
- 원칙 — 맞붙어 싸우는 사이에서는 공격과 방어가 연달아 이뤄지고 방어가 동시에 공격인 양면적 성격을 띠어, 한쪽 행위만 가려내 정당방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 예외 — 겉으로는 싸움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는 그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다릅니다.
-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않는 한,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 이 사건에서 1심·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 사건번호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상해).
“먼저 때린 건 저쪽인데 왜 나까지 입건되느냐”는 하소연이 가장 많은 영역이 몸싸움 사건입니다. 실제로 쌍방폭행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어떤 경우에 예외가 되는지를 비교적 또렷하게 밝힌 판결이 있습니다.
대법원이 세운 두 단계 기준
판결은 먼저 원칙을 확인합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아는 “싸움에는 정당방위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판결은 곧바로 뒤집을 여지를 둡니다.
대법원은 이 법리가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1984년(84도1440)과 1999년(99도3377) 판결 등에서 이어져 온 것임을 함께 밝히고 있습니다. 즉 확립된 기준입니다.
이 사건은 어떻게 됐나
피고인은 상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제1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들의 불법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행해진 것이어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다고 보아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원심(2심)도 이 사실인정과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아 무죄 결론을 유지했고,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입니다.
갈림길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었는가
판결문에서 가장 실무적인 문장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입니다. 이 한 줄이 인정과 불인정을 가릅니다.
- 방어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 행동 — 붙잡힌 팔을 뿌리치는 것, 밀쳐내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 계속되는 공격을 막기 위해 상대를 붙드는 것
- 새로운 공격으로 넘어가는 행동 — 상대가 물러났는데 쫓아가 때리는 것, 제압한 뒤에도 계속 가격하는 것, 상황이 끝난 뒤 보복하는 것
즉 시점이 결정적입니다. 침해가 현재 진행 중일 때의 저항인지, 이미 끝난 뒤의 대응인지가 나뉩니다. 형법 제21조 제1항도 정당방위의 요건으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요구합니다.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 판결은 “싸움이면 무조건 쌍방과실”이라는 통념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예외가 인정되려면 일방적 공격이었다는 사실과 내 행위가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증거로 드러나야 합니다. 말로만 주장해서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결정적입니다. CCTV 영상(누가 먼저, 어떤 순서로 움직였는지), 112 신고 시각과 내용(내가 먼저 신고했다면 방어 정황), 목격자 진술, 그리고 상해 부위(방어하다 생긴 상처인지 공격하다 생긴 상처인지)입니다. 매장·건물 CCTV는 보존 기간이 짧으므로 즉시 보존을 요청해야 합니다.
반대로 주의할 점도 분명합니다. 이 법리는 순수한 저항에 한정됩니다. 화가 나서 반격했다면, 그 순간부터는 정당방위가 아니라 별개의 폭행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선택은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싸움에서는 정당방위가 아예 인정되지 않나요?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맞붙은 싸움에서는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인 양면적 성격을 띠어 한쪽만 가려내기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상대가 벗어나려고 저항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 아닌 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2009도12958).
Q. 맞고만 있어야 정당방위가 되나요?
아닙니다. 판결은 유형력 행사 자체를 문제 삼지 않습니다. 관건은 그것이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이었는지, 아니면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었는지입니다. 붙잡힌 팔을 뿌리치거나 밀쳐내고 벗어나는 정도는 저항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Q. 상대가 물러난 뒤에 한 대 쳤습니다
그 시점에는 이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끝난 것이어서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고, 새로운 적극적 공격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형법 제21조 제1항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