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준 사람 신상을 공개했다면 — 공익이어도 사적 제재는 안 된다 (2022도699)
양육비 안 준 사람 신상을 공개했다면 — 공익이어도 사적 제재는 안 된다 (2022도699)
-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도699 판결.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 사건입니다.
- “비방할 목적”은 사실 적시와 별개의 구성요건입니다.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글이라고 해서 비방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지 않습니다.
- 그리고 모든 구성요건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됩니다.
- 주된 동기가 공익이라면 부수적으로 사익적 목적이 섞여 있어도 비방 목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그런데도 대법원은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공적 관심사에 기여한 면은 있으나 사적 제재 수단에 가까웠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나쁜 짓 한 사람 신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건 정의 아닌가.” 이 질문에 대법원이 답한 사건이 있습니다. 결론은 공익적 성격이 있어도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 이유를 읽어보면 어디까지가 선인지가 꽤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1. 사건
· 사건번호: 대법원 2022도699 (정보통신망법위반, 명예훼손)
· 선고: 2024년 1월 4일
· 피고인 甲: 양육비채권자의 제보를 받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Bad Fathers’ 운영에 관계된 사람
· 피고인 乙: 그 사이트에 자신의 전 배우자를 제보한 사람
· 행위: 피해자 5명의 이름, 얼굴 사진, 거주지, 직장명 등을 공개. 乙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이트 링크를 첨부하고 모욕적 표현을 덧붙인 글을 게시
· 결과: 모두 유죄(원심 유죄 판단이 정당하다고 봄)
2. 첫 번째 판시 — 비방 목적은 따로 따진다
피고인 쪽에 유리한 법리입니다. 글이 부정적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검사가 비방 목적까지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3. 두 번째 판시 — 공익과 비방은 반대 방향이다
그리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 인물인지, 아니면 사인에 불과한지
·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으로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 영역인지
·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 표현의 방법과 동기
※ 공공의 이익에는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도 포함됩니다.
4. 그런데도 유죄인 이유 — 네 가지 근거
대법원은 이 사건 신상공개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고도 비방 목적을 인정했습니다.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글 게시의 취지·경위·과정에 비추어, 신상정보 공개는 특정된 개별 양육비채무자를 압박하여 양육비를 신속하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② 절차적 보호장치가 없었다
공개 여부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할 기준이 없었고, 채무자에 대한 사전 확인절차도, 지급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공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우리 법질서에서 허용되는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와 비교할 때 권리 침해 정도가 커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③ 공개 항목이 과했다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는 그 특성상 공개 시 피해가 매우 큰 반면, 공익적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④ 급박성이 없었다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해 양육비를 즉시 지급하도록 강제할 필요성이나 급박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5. 실제로 이 기준을 어떻게 쓰나
신상공개나 폭로 글을 올리기 전에 스스로 점검할 항목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주된 목적이 무엇인가. 사회에 알리려는 것인지, 특정인을 압박해 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후자에 가까울수록 위험합니다.
- 상대에게 기회를 줬는가. 사전 확인이나 해명·이행 기회 없이 바로 올렸다면 ②의 지적에 정면으로 걸립니다.
- 공개 범위가 목적에 필요한 만큼인가. 얼굴 사진·직장명·전화번호는 대법원이 공익 목적과 직접 관련성이 약하다고 명시한 항목입니다.
- 지금 당장 올려야 하는가. 급박성이 없다면 법이 마련한 제도를 먼저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 표현이 사실 전달인가, 감정 배설인가. 이 사건에서도 모욕적 표현을 덧붙인 게시가 함께 문제 됐습니다.
양육비 문제라면 법이 마련한 절차가 이미 있습니다. 이행명령과 감치, 그리고 양육비 선지급 제도 같은 경로입니다. 대법원이 “우리 법질서에서 허용되는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와 비교하여”라고 쓴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킵니다.
6. 새로 시행된 법과 함께 읽기
2026년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이 판결의 문법을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 담았습니다.
제44조의10 제5항 —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침해행위나 청탁금지법 금지행위와 관련한 정보 등은 5배 배상에서 제외됩니다.
제44조의7 제2항 — 허위조작정보는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을 요건으로 합니다. 이 판결의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과 같은 구조입니다.
즉 형사에서 비방 목적을 다투던 자리가, 민사에서는 가해 의도·부당이익 목적과 공익 면책을 다투는 자리로 이어집니다. 개정 내용은 7월 7일 시행 허위조작정보 배상 개정에 정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실만 올렸는데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실을 드러낸 경우도 처벌 대상으로 하되 비방할 목적을 요구합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사실 적시와 별개의 구성요건이며,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글이라고 해서 비방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Q. 공익 목적이면 무조건 괜찮은가요?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양육비 미지급이 공적 관심 사안이고 여론형성에 기여한 면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공개가 개별 채무자를 압박하기 위한 사적 제재 수단에 가까웠다고 보아 비방 목적을 인정했습니다. 목적뿐 아니라 수단과 방법이 함께 평가됩니다.
Q. 사익적 동기가 조금 섞여 있으면 안 되나요?
대법원은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무엇이 주된 목적이냐입니다.
Q. 어떤 정보를 공개하면 특히 위험한가요?
이 판결은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를 지목했습니다. 공개 시 피해가 매우 큰 반면 공익적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Q. 비방 목적은 누가 증명하나요?
대법원은 이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Q. 양육비를 못 받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상공개 같은 사적 제재 대신 법이 정한 절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대법원도 “우리 법질서에서 허용되는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와 비교”하며 절차 없는 공개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행명령·감치와 양육비 선지급 제도 등을 확인해 보십시오.